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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을 보고 나서 톰 홀랜드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가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새 블록버스터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서양 문학의 뿌리라 불리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삼은 작품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 읽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기대감이 확 올라갔습니다.

오디세이 원작 비교: 영화가 바꾼 것들
저도 처음엔 영화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갔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큰 줄기만 가져오고 세부 에피소드는 비슷하게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이번 경우는 생각보다 꽤 많은 부분이 달랐습니다.
원작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무렵 호메로스가 썼다고 알려진 고대 그리스 서사시입니다. 여기서 '서사시(epic poem)'란 영웅의 위대한 행적을 노래 형식으로 기록한 장편 시를 뜻하는데, 오디세이아는 일리아스와 함께 서양 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출처: Encyclopaedia Britannica). 오디세우스라는 이름 자체가 '고난으로 가득한 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도 처음 알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구조적 차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방식입니다. 원작에서는 알키노스 왕의 연회에서 눈먼 음유시인 데모도코스가 트로이 전쟁을 노래하고, 이에 눈물을 흘린 오디세우스가 스스로 신분을 밝히면서 자신의 여정을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합니다. 여기서 '액자식 구성'이란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를 품는 서술 방식으로, 독자가 오디세우스와 함께 과거를 되돌아보는 효과를 냅니다. 영화에서는 이 회상의 대화 상대가 칼립소로 바뀌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통째로 빠진 에피소드도 여럿 있습니다. 키코네스족 도시 습격, 로토파고스에서 로토스 열매를 먹고 기억을 잃는 부하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가 준 바람 자루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아이올로스 에피소드는 특히 아깝다고 느꼈는데, 이타카 코앞까지 갔다가 부하들의 실수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그 허탈함이 원작의 백미 중 하나였거든요.
- 원작의 회상 구조: 데모도코스의 노래 →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직접 서술 (액자식 구성)
- 영화의 회상 구조: 칼립소와의 대화 중 과거 여정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변경
- 영화에서 생략된 에피소드: 키코네스족 습격, 로토파고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
- 라이스트리고네스 거인족: 원작은 절벽 위 바위 투척, 영화는 갑옷 무장 거인으로 각색
신화 재해석: 놀란이 바꾼 시선
원작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신들의 역할이 얼마나 직접적인지 알 겁니다. 특히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오디세우스 곁에서 거의 매 순간 손을 내밀고, 포세이돈은 그의 귀환을 정면으로 방해합니다. 일반적으로 신화 원작 영화는 이 신들의 개입을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놀란 감독은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더군요.
영화에서는 아테나의 존재가 오디세우스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환영으로 설정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결말부에 있습니다. 아테나의 얼굴이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죽인 사제의 얼굴과 같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여정 내내 함께했다고 믿은 지혜의 신이 실은 죄책감이 만들어낸 환영이었음을 암시합니다. 오디세우스의 모든 고난이 외부의 신이 아니라 자신 내면의 죄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입니다.
원작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라는 계략을 고안한 영웅으로 칭송받습니다. 그런데 영화에는 메넬라우스가 헬레네의 흉터투성이 얼굴을 비웃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왜곡되고, 트로이 목마는 학살이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영웅 서사 뒤에 가려진 폭력을 꺼내 보이는 방식인데, 이 부분이 놀란 감독이 단순한 모험 영화가 아니라 속죄의 이야기로 원작을 재해석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봅니다.
원작의 결말은 아테나의 개입으로 궁 안의 싸움이 멈추고 오디세우스가 왕으로 복귀하는 해피 엔딩입니다. 영화는 구혼자들을 무너뜨리는 데까지는 같지만, 페넬로페 곁에서 죽어가는 장면과 텔레마코스에게 왕위를 넘기고 스스로 떠나는 장면이 교차합니다. 고향에 돌아와 모든 것을 되찾고도 다시 떠나는 것, 이것이 놀란이 말하는 속죄의 완성입니다.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과 다른 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을 보고 나서 톰 홀랜드를 검색하다 우연히 오디세이 개봉 소식을 접했는데, 같은 배우가 이 두 작품에 동시에 걸쳐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스파이더맨의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또 다른 대작으로 등장했으니까요.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실수 많고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캐릭터입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략가이자,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살아남은 인물입니다. 영리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동시에 죄책감을 안고 사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죠. 같은 배우가 이 두 결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지, 그게 제가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 가장 큰 이유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입니다.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 등을 통해 선형적이지 않은 서사 구조와 철학적 주제 의식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오디세이아가 원래부터 비선형적 서술과 복잡한 인물 심리를 담고 있는 작품인 만큼, 놀란 감독과의 궁합이 꽤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출처: IMDb, Christopher Nolan).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 경험상 놀란 감독의 영화는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몰입이 흐트러지는 구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펜하이머도 3시간이 넘었지만 나오면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거든요. 이번 오디세이도 그 기대를 이어가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화 오디세이, 원작 소설을 미리 읽어야 더 재밌나요?
A. 원작을 몰라도 영화 자체로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놀란 감독이 어떤 부분을 바꾸고 어떤 메시지를 넣었는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입니다. 제 경우엔 자료를 먼저 찾아보고 나서 기대감이 두 배로 커졌습니다.
Q. 영화에서 신들이 실제로 등장하나요, 아니면 생략됐나요?
A. 신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원작처럼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디세우스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환영으로 처리됩니다. 특히 아테나의 경우, 결말에서 그것이 죄책감의 환영이었음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화 영화는 신의 활약을 스펙터클로 구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그 기대를 정반대로 뒤집습니다.
Q. 영화 오디세이 러닝타임이 3시간이라는데 지루하지 않나요?
A. 제 경험상 놀란 감독의 장편 영화는 긴 시간에도 몰입이 유지되는 편이었습니다. 오펜하이머도 3시간을 넘겼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여정 자체가 에피소드마다 다른 위기와 캐릭터를 품고 있는 만큼, 러닝타임이 오히려 잘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폴리페모스, 세이렌 같은 유명한 에피소드도 영화에 나오나요?
A. 폴리페모스(키클롭스), 마녀 키르케, 저승 방문,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스 등 원작의 대표적인 에피소드들은 영화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키코네스족 습격이나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 에피소드처럼 생략된 부분도 있어, 원작의 전부를 기대하기보다는 놀란식으로 압축한 선택적 재현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원작 서사시를 단순히 영상화한 작품이 아닙니다. 액자식 구성을 바꾸고, 신의 개입을 내면의 환영으로 재설정하고, 영웅의 귀환을 속죄의 여정으로 뒤집었습니다. 원작을 알면 알수록 그 의도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구조입니다.
저는 아직 극장에서 직접 보지 못했지만, 자료를 찾아보면서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커졌습니다. 스파이더맨의 톰 홀랜드가 아닌, 죄책감을 품고 바다를 떠도는 오디세우스로서의 톰 홀랜드를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 원작 '오디세이아'를 간단하게라도 훑어보고 극장에 가면, 영화에서 놀란이 선택한 것과 버린 것이 훨씬 더 잘 보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