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영화 이 공식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유해진·임시완·김소현·이무생이 한 작품에 집결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960년대 외딴섬이라는 배경에 전라도 사투리 '모둡'—매듭을 뜻하는 말—이 제목이라니, 박종헌 감독이 이 단어 하나에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꿰어 넣으려는 건지 궁금해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제목 하나에 담긴 세계관 — '모둡'이라는 단어의 무게영화 제목 '모둡'은 전라남도 방언으로 '매듭'을 뜻합니다. 여기서 매듭이란 단순히 실을 묶는 행위가 아니라, 한국 민속 신앙에서 풀리지 않은 원한이나 저주가 한데 엉킨 상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느낀 건, 제목 자체가 이미 이야기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다는 감각이었습니다...
가족 여행이 복수 원정이 될 수 있다면, 그걸 과연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영화 은 8년 전 막내딸을 잃은 엄마와 세 딸이 봉고차를 몰고 살인범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코미디야, 스릴러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슬픔과 복수, 그리고 엉뚱함이 한 차 안에 뒤섞인다는 게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습니다.복수극인데 왜 웃기지? 블랙코미디가 만들어지는 방식장르적으로 은 블랙코미디(black comedy)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릅니다. 블랙코미디란 죽음, 폭력, 비극 같은 어두운 소재를 유머와 아이러니로 버무린 장르를 말하는데, 단순히 "슬픈데 웃기다"를 넘어 웃음 속에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은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
시사회 당첨 문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꽤 설레었습니다. 신현준이 주연을 맡은 코미디 액션 영화 는 예고편만 봐도 가볍게 즐기기 좋을 것 같았거든요. 평범한 집배원이 현상수배범과 똑같이 생겼다는 도플갱어(doppelganger) 설정, 여기서 도플갱어란 자신과 외모가 동일한 또 다른 인물을 뜻하는 표현으로 영화의 모든 소동이 이 한 가지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 의자에 앉아 두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 설레던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영화 1인 2역이 빛났던 순간들제가 직접 시사회에서 봤는데, 신현준 배우가 집배원 신현준과 코인 사기꾼 최철구를 동시에 연기하는 장면들은 솔직히 인상적이었습니다. 1인 2역(dual role performance)이란 한 배우가 극 중 두 명의..
억울한 옥살이를 한 실제 사건이 세 건. 그 위에 시나리오를 얹어 만든 영화가 바로 끝장수사입니다. 실화 기반이라는 말을 듣고 극장을 찾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액션 범죄물이 아니라, 형사 두 명이 사건의 진실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시스템과 권력에 부딪히는 이야기였습니다.실화 모티브 — 일본 오판 사건 세 건이 바탕이다끝장수사의 기반이 된 사건은 일본의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실제로 발생한 오판(誤判) 사례들입니다. 오판이란 수사·재판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확정한 잘못된 판결을 말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 사건을 찾아봤는데, 하나하나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세 가지 모티브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우와지마 사건 — 재판 선고를 코앞에 두고 진범이 직접 자백하면서 무고한..
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그냥 여름 시즌 무난한 스릴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영화 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가 쌍둥이 동생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쫓는 이야기입니다. '범인을 찾을 시간'과 '시력을 잃을 시간' 중 무엇이 먼저냐는 설정 하나가, 극장을 나오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스토킹이라는 소재, 영화 밖에서도 소름이 돋는 이유제가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하게 된 건 꽤 오래됐는데, 보통 극장에서 볼 때는 "저 범인이겠구나" 하며 혼자 추리하는 재미가 큽니다. 근데 이번에는 추리보다 공포가 먼저 왔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스토킹(stalking)이라는 소재 때문이었습니다. 스토킹이란 특정 대상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는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칠고 강렬한 영화였습니다. SF와 괴수 장르를 꾸준히 극장에서 챙겨봐온 저로서도, 이 작품은 처음 30분 만에 '올해 본 것 중 가장 강렬했다'는 확신을 줬습니다. 단순히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이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붙잡으려 할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를 담아낸 작품입니다.영화 호프 루마니아 배경 — 루마니아 숲이라는 선택이 만들어낸 분위기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오프닝 시퀀스가 시작하자마자 분위기부터 달랐습니다. 루마니아의 원시림을 배경으로 한 첫 장면에서 거대한 구덩이와 쓰러진 시체가 발견되는데, 조명도 과장도 없이 그냥 보여줍니다. 이게 묘하게 더 무서웠습니다.보통 크리처물(괴..